죄란 무엇인가, 죄는 변하는가.
죄란 무엇인가, 죄는 변하는가.
형사변호사로서 10년째 사건을 처리하면서 인간의 ‘죄’에 대해서 천착을 하게 됩니다.
“죄를 지었다.” “죄 값을 받아라.” “죄인을 처벌해라.” “죄가 있는지 공정하게 조사하겠습니다.”죄의 시대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방송과 신문에는 ‘죄’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고, ‘처벌’의 목소리가 충만합니다.
법무법인 법승 대표변호사 이승우변호사
그런데 ‘죄’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살인, 폭행, 절도죄 생각해 봅니다. 사람을 마구 죽여서는 사람이 모여서 같이 살 수 없고, 사람을 마구 때리고 서로 공격해서는 역시 도시를 이루고 살 수 없고, 무리지어 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다른 사람을 가지고 있는 물건을 훔치고 서로 물건을 훔쳐서는 물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불안해서 살 수가 없습니다.
종합해 보면, 죄라는 것은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것을 원만하게 하기 위하여 인간이 모여 사는 사회의 규범 중, 엄격하게 지켜져야 할 규범을 어긴 행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종교와 도덕이라는 인간의 일반적 사회규범 중 일부가 ‘범죄’로 정해져서 형사 처벌이라효과를 갖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소수 모여 살 때 그러니까 우리 단군 할아버지가 고조선을 처음 세웠을 때처럼 8조법과 같이 소수의 인간 공동체에서 요구하는 규범과 범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람이 모여 살게 되면서 인간들은 더 안전해지고, 더 효과적으로 개체수를 늘릴 수 있었습니다.
이제 인간은 그 간단한 법률과 도덕, 종교에 의지하여 점차 더 많은 사람이 한 장소에 모여서 상호작용을 주고 받으면서 살게 되었습니다. 천명, 이천 명, 만 명, 이만 명, 십만 명, 이십만 명 시간이 지날수록 상호작용의 방식도 복잡해지고, 이러한 다수의 사람들이 한 장소에서 공통적으로 사회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새로운 행위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또 소수의 권력을 쥔 집단이 그 권력에 도전하는 행위를 사회를 유지하는 행위와 동일시 하기 시작합니다. (역모, 반란 등) 그렇게 해서 새로운 범죄와 정치적 행위에 대해서 처벌하는 정치적 범죄가 규정되기 시작합니다.
근대로 접어들면서 사회는 훨씬 더 복잡해지고, 정교하게 연결되기 시작합니다. 통신수단과 기차, 자동차, 비행기의 발달로 인간은 장소로부터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고, 거주 이전의 자유를 획득하였습니다.
과거에 한 마을에서 태어나거나 한 개의 도시에서 살다가 그 도시에서 인생을 마치는 것이 대체로 낯설지 않던 시대가 붕괴되고 태어나면 한 두 번은 거주지를 옮기고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도시로 이주하고, 도시가 점차 성장하는 특별한 시대를 거칩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범죄들이 또 생겨납니다. 통신망을 파괴하는 행위, 기차를 전복시키는 행위, 비행기를 추락시키는 행위, 기차를 상대로 한 떼강도 등등 이렇게 새로운 유형의 행위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고, 이에 대응하여 범죄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종교와 도덕의 교리는 이렇게 대규모의 사회 변화에 대해서는 조용하고, 종교와 도덕의 교리는 과거 행위들을 기초로 성립되어 있으므로 종교는 그리고 도덕은 시대의 발전에 대응할 규범으로서의 힘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합니다.
또한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면서 한 종교의 가치관은 종교가 다른 사람들의 사고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규범으로도 작용하지 못하게 됩니다. 도덕은 더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결국 사회의 모든 규범을 국가적인 단위에서 통일적으로 부여하고, 그 규범의 위반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해지게 됩니다. 이렇게 국가적 단위에서 규범을 통제함으로서 국가와 세계라는 인간사회는 안정을 유지하게 되고, 서로의 필요성에 의하여 처벌 규정과 죄를 복사하여 적용하게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1800년대 이후의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1970년대까지 계속하여 이루어진 역사적 과정이기도 합니다. 사회 문화, 세계 문화, 인간 문화 정신의 변화를 통해서 과거 심각한 범죄였던 것이 전혀 죄로서 논할 가치가 없어지는 것도 많습니다.
사회의 유지에 필요 없는 죄는 과거를 뒤로 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비범죄화 과정입니다. 최근에 간통죄, 혼인빙자간음죄가 그러한 길을 걸었습니다. 한편, 인간의 사회는 최초 시장이라는 물물거래의 기초를 만들고 거래는 점차 화폐의 발달을 불러왔습니다.
화폐의 발달은 사회(인간공동체)의 규모가 커지고, 인간사회가 초고도 연결 사회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필요하였고, 더욱 그 연결이 세계적인 단위로 국가라는 경계를 넘어서기 시작하면서 각국의 화폐가 이동하게 되었는데, 과거의 규모와 다른 이 거대한 흐름을 우리는 ‘금융’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실물 자산의 이동과 반대의 방향으로 흐르고, 또 독립적으로 흐르게 되는 가치의 흐름을 금융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설명하게 되었습니다.
가치의 흐름이라는 것은 가치의 평가와 판단이 반복적으로 다수의 사람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물건과 정신, 인간의 행위를 평가하여 그것을 상호 이해하기 쉬운 가치의 단위로 고정화 하는 작업을 거쳐서 만들어진‘가치의 척도’(금 1돈)가 관념적으로 점차 다수의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반복적인 가치 평가와 판단(금 1돈이면, 내가 하루 또는 이틀 동안 그 사람을 위하여 일을 해 줄 수 있다.)이 소수에서 다수의 사람에게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반복하게 됩니다.
점차 그 가치의 척도가 다수의 사람에 의한 조정으로 또는 시장이라는 사람들의 다수 거래 집합체에 의하여 조정을 거쳐 가치평가의 객관성을 인정받게 되면, 점차 좁은 인간사회의 범위를 넘어 주변 사회, 강 건너 마을, 바다 건너의 도시에까지 가치 척도로서 인정을 받게 됩니다. 그렇게 그 가치 척도를 받아들인 사람들 사이에 그리고 그 자녀들과 영향력을 주고받는 사람들 사이에는 이제 그 가치 척도가 돌아다닐 수 있는 길이 생겨서 그 가치의 척도(로마 금화 같은 것)만이 실물과 관계없이 다닐 수 있는 길이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치의 척도를 우리는‘돈’이라고 부릅니다. 가치의 척도는 시대를 거치면서 추상성을 세련되게 금화, 은화, 1달러, 1원과 같은 화폐와 지폐에 화체되었습니다. 이러한 화폐와 지폐의 정돈을 통하여 가치의 척도는 그리고 가치의 흐름은 훨씬 쉽고 정교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돈의 흐름, 금융은 결국 곧 인간이 어떠한 것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가, 어떠한 가치로 인간의 관심과 욕망이 몰리고 집중되는가를 보여 주는 강력한 척도가 되었습니다. 이 중요한 정보는 왜곡되어서는 안 되고, 돈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것은 부끄럽거나 속물적인 것도 아닙니다. 당연히 관심을 갖고, 유심히 지켜보고 돈이 몰리는 곳에 가치가 몰리고 있는 것이며 그 가치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는 것(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인간 사회를 발전시키는 정당한 행동인 것입니다.
이제 재화에 대한 거대한 생산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그래서 그 재화에 상응하는 가치의 흐름이 거대화 되었고, 더 나아가서 거대화된 가치의 척도가 스스로 다시 사람들의 마음을 토하여 독자적으로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이동이 전 세계적인 규모로 가능해지다 보니 과거와 같이 물건을 훔치고 하는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치의 저장 수단인 돈의 보호가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횡령, 배임과 같은 범죄의 처벌이 중요해지게 된 것이고, 그 이외에 다수의 자본시장법위반이라든지 기타 금융과 관련된 부정적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요구가 머리를 들게 되었던 것입니다.
종횡으로 살핀 바를 기초하여 다시 최초의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죄란 무엇일까요. 죄는 변할까요. 그렇습니다. 죄는 변할 수 밖에 없고, 죄는 인간이 만들어 낸 것으로 인간 사회의 유지에 부정적인 행위라는 기본적인 요건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은 필요에 의하여 죄를 만들고, 그 죄는 다시 그 시대의 사람이 아닌 그 시대의 자녀들에게 죄의식과 처벌의 가능성을 만들어 갑니다. 인간의 시대에서는 인간의 사회 발전에 따라 필요한 행위를 보상하고, 부정적인 행위를 페널티로 금지합니다.
죄라는 것이 마치 숭고한 가치의 체계에 반하는 극히 부정적이고 부도덕한 행위라고 어렵게 보지만 인간이 모여서 사는데 그리고 현재 인간의 사회를 유지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죄라는 것이 가치판단이고, 부정적 가치판단인 것입니다. 가치판단이란 무엇이 소중한지 판단한다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중요한 것이 공통된다는 것이 분명한 아주 소수의 경우를 제외한다면, 죄라는 반 가치의 판단도 절대적인 선악의 판단이 아니라 상대적인 부정적 판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것처럼 인간 사회 최초의 ‘살인’이 발생했던 때를 생각해 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아마 사람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몰랐을 리는 없고, 다만 같이 살고 있던 사람이 같은 마을 사람, 잘 알고 있는 사람을 살인했다는 것이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을 수 있습니다.
이 인간 공동체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그냥 살인은 나쁜 일이니 피해를 입은 가족이 살인자를 죽이면 될까요. 또는 피해를 입은 가족의 원하는 바를 받아들여, 살인자를 추방하거나 죽이면 되는 것일까요. 그렇게 처리하고 나면 이 인간 공동체는 다시 살인 사건 발생하지 않고 안전하게 살 수 있게 될까요. 살인 사건이 발생한 원인이 이 인간 공동체에서 해결이 되었을까요.
문제점은 그대로 사회에 잠복해 있고, 언제 어디에선가 동일한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히려 처벌의 방식을 보고 살인에 대해서 잠시 조심할 수 있겠지만 살인을 일으켰던 어떠한 원인이 있었다면 그 원인은 다시 방향을 바꾸어서 인간관계에 여러 가지 부정적인 문제를 야기하게 되지 않을까요. 살인이라는 행위는 인간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 매우 금지시켜야 할 필요가 큰 행위이지만 그 살인이라는 행위에 이르게 된 이유들도 분명 인간관계를 타락시키고, 사회 문화적으로 인간 사회를 유지하는데 부정적인 그 무엇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인간 사회를 유지하는데 부정적인 여러 가지 원인의 결과로 인하여 사람을 살인하는 과정에 이르게 되었던 것일 수도 있다면, 이러한 부정적인 여러 원인이 방향을 바꾸어 다시 사람을 병들게 할 수 있으니 이에 대해서 사회가 인식을 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러한 점에서 죄라는 것은 그 사회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공동체 유지에 불리한 다수의 원인에 기인한 1 개인의 결과물 도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 피고인, 피의자 1명을 처벌하고 그 처벌로서 사회 전체가 보속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원시 사회의 종교에서 사람을 자신들의 신에게 바치고 살해하여 사회가 정화되었다고 믿는 것과 같은 행동일지 모릅니다. 오히려 처벌에 방점을 두는 것보다 아니 처벌은 처벌대로 하되 그러한 문제가 왜 발생되었는지에 대해서 사회 전체가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깊이 관심을 갖고 그 사실관계에 대해서 조사하고, 여러 가지 그 문제의 발생, 범죄의 발생에 영향을 준 여타 사회 문화적 작용기제 또는 개인의 이름으로 작용되었던 사회문화적 힘에 대해서 그 부정적 영향성에 대해서 의논하고 분석하여 사회 전체의 문제로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보이지 않습니까.
문제 풀이를 할 때, 틀린 문제의 답만 외우려고 하지 말고 오답노트를 만들어서 각각의 지문을 이해하고, 문제의 의미를 여러 가지 참고서적을 통하여 이해하고 반복하여 다시 틀리지 않도록 숙지하라고 가르칩니다. 우리 사회에 문제 발생하였고, 그 문제해결의 실패를 범죄라고 본다면, 우리 사회는 그 틀린 문제를 오답 노트를 만들어서 분석하고 정리해서 반복하여 다시 실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나요.
경험상 별로 그렇지 못하다고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선진국가일수록 형사법정에서 이루어지는 논의는 공개되고, 단지 한명의 개인정보의 문제 또는 사생활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 구성원과 관심 있는 여러 구성원들의 핵심적인 고민, 고려 사항으로서 받아들인다고 생각합니다. 수사기관도 법원도 그리고 사회도 처벌에만 눈을 부릅뜨는 것이 아니라 처벌과 아울러 그 죄의 성립 과정의 경위를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그러한 죄가 발생되게 된 동기와 원인에 대해서 사회 문화적으로 분석하여 책임져야 할 부분을 책임지게 하고, 사회에 원인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기초를 만들고 사회 전체에서 이러한 부분을 분석하고 부정적 관행, 문화를 고쳐나가는 중요한 계기로 삼는다고 할 것입니다.
희생양을 구할 뿐, 사회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그 부정적 영향과 책임의 연대의식을 갖지 못하는 사회라면 유사한 범죄에 계속 시달리게 될 것이고, 더 사회는 부정적으로 병들어 우리들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더욱 고통스럽게 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자녀는 이유도 모른 채 자유를 속박 당하고, 자신도 모르게 범죄자로 키워지게 될 것입니다. 누군가의 범죄를 처벌하는 것으로 안도하는 사회가 아니라 누군가의 범죄가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그 범죄를 통하여 우리 사회 공동체의 문제점을 돌아볼 수 있고, 그 성찰을 통해 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해결해 나가는 죄에 대한 연대의식이 우리에게 공기처럼 익숙해지기를 기원합니다.
죄는 분석하되, 죄인을 미워하지 말라. 라고 정리해 볼 수 있을까요? 실로 죄를 지은 사람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 사회의 병리, 문제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점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재판에 사회학자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고, 그 개별 사건을 통하여 우리 사회의 거시적 미시적 분석이 필요하다 할 것입니다. 그 분석된 자료는 매우 소중한 사회 개선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우리 법승은 사회학을 전공한 사람을 우리 회사의 전문가로 초빙하여 개별 사건을 출발점으로 삼아 그 행위의 배경을 연구하고, 심리를 연구하며 그러한 행위에 이르게 되는데 작용한 여러 가지 사회의 병폐에 대해서 연구하고, 본질적 개선점에 대한 쓸모 있는 질문을 사회에 전달하는 노력을 시작하겠습니다.
죄의 발생에 대하여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연대의식을 갖고, 우리 법승이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단과 방법을 연구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이 형사 변호로부터 이익을 구하여 회사를 영속적으로 유지하는 법무법인 법승의 사회 공헌의 길이며 의무라고 믿고 적극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