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양단과 우유부단

 



일도양단이라는 사자성어는 한칼로 쳐서 두 동강이를 낸다는 뜻으로, 머뭇거리지 않고 일이나 행동(行動)을 선뜻 결정(決定)함의 비유합니다. 그 순간 속이 시원합니다. 그렇지만 세상일이라는 것이 이렇게 일도양단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특히 지금과 같이 가치관이 다원화 되고, 정보가 복잡하며, 생활관계가 다종다양하게 얽혀있는 세상에서 일도양단의 마음가짐으로 산다면 그로 인하여 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야기하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우유부단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어휘로 자주 등장하는 사자성어인데, 어물어물하기만 하고 딱 잘라 결단(決斷)을 하지 못함, 결단력(決斷力)이 부족(不足)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유부단이라는 4자 성어는 중국어 사전에서는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일본어 사전에는 우리와 동일하게 쓰이는 우유부단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優柔不斷

넉넉할 우/뛰어날 우

부드러울 유

아닐 부, 아닐 불

끊을 단

 

우유부단이라는 한자어를 살펴보면 오히려 매우 부드러우면 끊어지지 아니한다.” 라는 의미로 볼 수도 있습니다. 마치 무협 소설의 태극권에 대한 설명 같기도 합니다.

 

보자기가 바위를 감싸는 것처럼 부드러움이 극강의 존재를 이길 수 있다는 설명을 우유부단이라는 4글자로 정리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떠한 사람에게 우유부단하다고 평가하면 그것은 상당히 치욕일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무조건적으로 일도양단의 선택을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우유부단보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변호사로서 사건을 대함에 있어 일도양단의 확실한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선택이 가능한 순간까지 부드러우면 끊어지지 아니한다는 삶에 대한 미묘한 표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그리고 단호함이 일도양단은 아니며 단호함이 상대에 대한 증오도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단호함은 나 스스로의 단호함이며, 일도양단해야 할 것은 나의 마음이지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다른 사람의 그 어떠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스스로 마음을 일도양단하여 단호하게 결론짓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 스스로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며, 객관적인 정보를 충분히 취하여 판단이 부족한 정보에 기초하여 이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오늘도 하루가 저물었습니다. 부산에는 폭우가 내렸고, 서울에서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 동의안에 대한 국회의 부결이 있었습니다가을에 쏟아지는 폭우와 두꺼운 구름을 보며 여러 불안한 조짐에 우려를 품게 됩니다. 그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혹시 일도양단만을 생각한다면, 우유부단의 좋은 점도 생각해 보았으면 또 우유부단만을 행하고 있다면, 일도양단의 필요성을 실천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또 떠오를 겁니다. 그 소중한 시간 최대한 좋은 선택과 좋은 판단을 위해서 편히 쉬는 편안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법무법인 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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