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노린 살인 무기징역 선고사례

 

우리나라 형법은 모살·고살을 구별하지 않고 존속살해, 영아살해, 승낙 또는 촉탁에 의한 살해의 경우에 형을 가중·감경하게 됩니다. 살인죄의 행위인 살해는 목숨을 자연적 사기에 앞서 끊는 것이며, 단지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사와는 그 구성요건이 다른데요.

 

또한 고의로 타인을 살해하여 생명을 빼앗는 행위에서 직접적인 방법이나 간접적인 방법으로 살해하든, 작위에 의하든 부작위에 의하든지 상관없으며 여기에서 고의라 함은 행위의 객체에 대해 단지 사람이라는 인식만 있으면 족하고, 또한 행위에 대해서는 사망이라는 결과의 인용이 있으면 족합니다.

 

살인죄를 범한 자는 사형 ·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되며, 다만 형의 감경이나 집행유예도 가능하고 일반적으로 양형(量刑)의 폭이 매우 넓습니다. 오늘은 보험금을 노리고 피해자를 살해한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 문

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한다.

압수된 해머 1자루(증 제1호증), 검정색 코팅 장갑 1개(증 제5호증), 회색 모포 1개(증제7호증)를 각 몰수한다.

 

이 유

범 죄 사 실

피고인은 숯을 이용한 이불, 치약, 칫솔 등 생활용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 주식회사(이하 ‘***’라 한다)를 운영

하는 대표이다.

 

피고인은 2013. 4.경부터 5.경 사이부터 회사 자금 사정이 악화되어 2013. 7.경 회사채 무만도 약 8억 원 가량이 되고, 피고인이 사는 집 월세도 체납되고 있었으며, 당시 위 회사 수입만으로는 회사 운영비 및 피고인이 보유하고 있는 외제 승용차, 요트, 제트스키 등의 리스료 내지 할부금 등도 모두 납부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되자, 회사직원인 피해자 B(여, 32세)을 보험에 가입시켜 그 보험금을 노리고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3. 7. 29.경 *** 직원인 피해자에게 직원 복지 차원에서 의료실비 및 가입 후 2년이 지나면 퇴직금이 나오는 보험에 가입하여 준다며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 피보험자를 피해자, 보험수익자를 ***로 하여 월 보험료 약 61만 원인 종신보험에 가입하였다. 그런데, 위 보험은 피보험자인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실질적인 보험수익자인 피고인에게 일시금으로 5억 원, 보장기간 종기인 2036. 7. 28.경까지 매월 800만 원 합계 21억 9,200만 원이 지급되어 피고인은 총 26억 9,200만 원을 받기로 설계되어 있었다.

 

피고인은 2013. 8.경 자신의 주거지와 약 55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철물점에서 이 사건 범행도구로 사용될 총 길이 90cm, 8각형 머리 부분 길이 16cm, 지름 6cm 가량의 해머 1자루(증 제1호증, 이하 ‘이 사건 해머’라 한다)를 구입하였다.

 

피고인은 2013. 9. 9. 13:55경 서울 강남구 개포동 1229-9 4층에 있는 *** 사무실에서, 피해자 외에는 사무실에 아무도 없는 시간을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사무실 내 물품창고 선반에 제품 이름을 붙이는 작업을 같이 하자며 피해자를 위 물품창고로 유인한 후 피해자가 선반 쪽에 가깝게 붙어 앉아 위 작업을 하느라 자신의 뒤편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틈을 이용하여 그 곳에 몰래 보관해 놓은 이 사건 해머를 들어 바닥에 앉아 작업을 하고 있던 피해자의 머리를 힘껏 수 회 내리쳐 그로 인하여 그 자리에서 피해자를 머리뼈골절 및 뇌출혈 등 머리손상으로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1. 주장의 요지

피고인이 2013. 9. 9. 13:55경 물품창고에 있는 선반에 제품 이름을 붙이는 작업을 하느라 피해자와 물품창고에 같이 있었던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사무실에서 나갈 때까지만 하더라도 피해자는 살아 있었는바,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피해자의 사망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

 

2. 판 단

살피건대, 앞서 거시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보험금을 수령할 목적으로 판시 범죄사실과 같이 이 사건 해머로 피해자의 머리를 내리치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가. 시체 검안 및 부검에 의한 사망원인의 추정

1) 피해자의 시체를 최초로 검안한 전문의 강태훈, 피해자의 시체를 부검한 전문의 강신몽은 공통적으로, 피해자의 팔다리 등에서 찰과상과 멍이 여러 개 발견되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사인은 뒤통수 부위의 좌열창, 두개골 함몰, 분쇄골절을 수반한 머리손상인 것으로 판단하였다. 나아가, 전문의 강태훈은 피해자의 뒤통수 부위에 있는 두개골 함몰 및 분쇄골절이 해당 부위에 국소적인 외력이 가해졌을 때 발생하는 형태의 것이라는 점, 피해자의 팔다리 등에 분포되어 있는 찰과상과 멍의 분포형태에 비추어 보면 이는 타인과의 다툼 과정에서 발생한 방어흔과 억압흔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근거로, 피해자가 타인과 다투던 중 둔기에 뒤통수 부위를 맞아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였는데, 전문의 강태훈의 위 분석 내용에는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보인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해자가 물품창고에서 의자 위에 올라서서 작업을 하다가 의자에서 떨어지면서 피해자 주변에 있던 둔기 유사의 물체에 뒤통수 부위를 부딪혀 머리손상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나, 앞서 거시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해자의 시체 주변에 있었던 물체들 중 둔기 유사의 물체로 볼 수 있는 것은 라디에이터 모서리와 인터넷박스 모서리가 유일한데, 경찰이 피해자의 시체를 발견하였을 당시 피해자가 라디에이터 모서리나 인터넷박스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혔다고 볼 만한 흔적은 전혀 없었던 점, ② 가령 피해자가 라디에이터 모서리나 인터넷박스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사고로 인하여 두개골이 함몰될 정도의 심각한 머리손상이 생겼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이는 점, ③ 피해자의 시체에서는 직접적인 사인으로 추정되는 머리손상 외에도 사망 당시 생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개의 찰과상과 멍이 발견되었는데, 그 배열형태가 불규칙적이어서 자연적인 사고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우연한 사고에 의하여 머리손상을 입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나. 범행도구의 발견

1) 경찰은 2013. 9. 11. 피해자가 둔기에 의하여 살해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하에 유력한 용의자인 피고인의 주거지 부근을 수색하였는데, 이때 경찰은 피고인이 거주하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1236-86) 럭키하우스 603호 바로 옆 건물 뒤편 구석에서 ***에서 사용하는 황토색 상자 1개와 이 사건 해머, 검은색 코팅 장갑 1개(증 제5호증), 흰색 긴팔 와이셔츠 1벌(증 제6호증), 회색 모포 1개(증 제7호증)가 들어 있는 비닐봉투를 발견하였다. 위와 같이 발견된 물건들을 비닐봉투에서 꺼내어 분석한 결과, 이 사건 해머의 머리, 머리 모서리, 손잡이 상단 및 회색 모포에서 혈흔이 발견되었고, 각각의 혈흔에서는 피해자의 디엔에이형과 일치하는 여성의 디엔에이형이 검출되었다. 이러한 인정사실에 위 가. 항에서 본 각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일단 누군가가 이 사건 해머로 피해자의 머리를 가격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충분한입증이 이루어졌다고 봄이 상당하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은 이에 대하여 피해자의 머리에 있는 좌열창의 형태는 날카로운 것에 찍힌 듯한 형상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피해자의 두개골이 함몰된 면적도 이 사건 해머 머리 부분의 크기(지름 약 6cm)에 비해서 작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이 사건 해머에 머리를 맞아 사망하였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거시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해자의 시체를 최초 검안한 전문의 강태훈이 이 사건 해머의 가격으로 피해자의 머리에 생긴 것과 같은 두개골 함몰이 생기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바 있는 점,② 이 사건 해머의 머리는 기본적으로 8각 기둥의 형상을 하고 있는바, 이 사건 해머 머리 모서리 부위로 사람의 머리를 가격할 경우 길고 가는 형태의 좌열창이나 해머 머리 지름보다 작은 두개골 함몰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 사건 해머에 의하여 피해자의 머리에 생긴 형태의 좌열창이나 두개골 함몰이 발생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이 제기하는 위 주장이 합리적 의심의 정도에 이른다고 볼 수 없다.

 

다. 범인 특정과 관련된 정황사실

1) *** 사무실의 중간창고에는 물품창고의 출입문 부근과, 물품창고와 내부로 연결되어 있는 물품보관소의 출입문 부근을 촬영하는 CCTV 카메라(이하, 사무실에 설치된 여러 대의 CCTV 카메라 중, 중간창고에 설치되어 있었던 CCTV 카메라를 '이 사건 CCTV 카메라'라 하고, 이 사건 CCTV 카메라에 의해 촬영된 화면을 ‘이 사건 CCTV화면’이라 한다)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 사건 CCTV 화면에 의하면, 피해자는 2013. 9.9. 13:50경 피고인을 뒤따라 물품창고로 들어간 이후 다음 날인 2013. 9. 10. 07:47경 건물 청소부 최은희에 의하여 쓰러져 누워 있는 상태로 발견될 때까지 한 번도 물품창고에서 나온 적이 없는데, 위 시간 동안 출입문을 통하여 물품창고에 드나든 사람은피고인이 유일하다.

 

2) 한편, 피고인 및 변호인은 외부인이 물품창고에 있는 창문으로 침입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나, 앞서 거시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해자가 사망한 물품창고는 건물 4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외벽 형태에 비추어 볼 때 특수한 장비가 없이는 외벽을 통하여 건물 4층까지 올라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이는 점, ② 물품창고에 설치되어 있는 창틀의 크기는 가로 67cm, 세로 20cm에 불과하여 성인이 드나들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창틀에는 최대 45도 정도 각도로 열리는 미닫이 형태의 창문이 설치되어 있어 창문을 분리해 내지 않고서는 창틀 크기만큼의 진입 공간마저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한 점, ③ 피해자의 시체가 발견된 이후 물품창고 내부를 살펴본 서울수서경찰서 소속 정우민 경사와 ***직원 박광원 역시 외부인이 창문을 통하여 침입한 흔적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아닌 외부인이 창문을 통하여 물품창고에 침입하였을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된다.

 

3) 또한, 앞서 거시한 증거들에 의하면,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이 사건 해머는 피고인이 2013. 8.경 주거지로부터 556m 가량 떨어져 있는 현대철물점에서 구입한 이후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소지하여 온 물건이고, 이 사건 해머와 함께 피고인의 주거지 부근에서 발견된 검정색 코팅 장갑, 흰색 긴팔 와이셔츠 역시 피해자 사망 시점 이전까지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소지·사용하여 온 물건들이다. 특히, 검정색 코팅 장갑은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물품창고에 들어간 시점을 전후한 2013. 9. 9. 13:50경부터 14:03경까지 피고인이 착용하고 있었던 물건이다.

 

4)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이 소지하고 있던 이 사건 해머, 검정색 코팅 장갑, 흰색 긴팔 와이셔츠가 2013. 9. 11. 피고인의 주거지 부근에서 발견된 것과 관련하여, 누군가가 위 물건들을 가져간 후 피해자의 혈흔을 묻혀 피고인의 주거지 부근에 놓는 등의 방식으로 사건을 조작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문을 제기한다. 살피건대,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을 저지하는 합리적 의심이라 함은 모든 의문, 불신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칙에 의하여 요증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적 의문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사실인정과 관련하여 파악한 이성적 추론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은 합리적 의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3. 2. 14.선고 2012도11591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기초하여 볼 때, 피고인 및 변호인이 제기하는 위 의문은 이성적 추론에 근거를 두지 않은 단순한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으로서 형사재판에서 말하는 합리적 의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판시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라.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

앞서 거시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정을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인에게는 피해자를 살해할 만한 충분한 동기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1)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하였을 당시 ***를 포함하여 3개의 회사를 운영하면서 위 회사들 명의로 합계 8억 원 상당의 대출금채무를 부담하고 있었고, 이에 대한 대출이자로 매월 360만 원 가량을 지출하고 있었다. 한편, 피고인은 개인 명의로도 3,000만원 상당의 대출금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

 

2) 피고인은 2011년부터 포드 익스플로러 차량 1대의 리스료로 매월 140만 원을 부담하여 왔고, 2013. 8.경부터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차량 1대의 할부금으로 매월 170만원을 부담하여 왔으며, 2013. 9.경부터 제트스키 1대의 할부금으로 매월 350만 원을 부담하기로 되어 있었다(위 각 차량 및 제트스키에 관한 리스계약과 매매계약은 모두*** 명의로 체결되었다).

 

3) ***는 2011년 1기에는 2억 7,600만 원, 2011년 2기에는 4억 3,600만 원, 2012년 1기에는 1억 4,100만 원, 2012년 2기에는 1억 3,400만 원, 2013년 1기에는 2억 원을 부가가치세 과세표준 금액으로 신고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의 자금 사정은 2012년 이후로 많이 악화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위 자료를 통하여 짐작해 보면, 피고인이나 ***는 2013. 9.경 당시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매월 지출되는 채무액을 감당하는 것이 버거운 상황에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4) 한편,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하였을 당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 명의로 보증금 1,000만 원 및 월 차임 85만 원으로 정하여 임차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1236-8 럭키하우스 603호에 거주하여 왔는데, 2013. 9.경 당시에는 5개월분의 차임을 연체한 상태였다.

 

마.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거액의 보험 가입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한 시점으로부터 약 40일 전인 2013. 7. 29. *** 명의로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플래티넘스마트변액유니버셜 종신보험’(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에 가입한 사실이 있는데, 앞서 거시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보험계약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여 사망보험금을 지급받을 목적에서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

 

1) 직원의 복지 차원에서 체결되는 보험계약의 경우 직원이 작업 중 빈번하게 입는 상해나 물적 손해에 초점을 두어 보장내역을 정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사건 보험계약의 경우에는 위와 같은 측면보다는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의 보상에 초점이 맞추어져있었고, 보험수익자 역시 피해자가 아닌 *** 명의로 되어 있었다.

 

2) 피해자는 *** 사무실 내에 상근하는 직원으로서 사망사고를 당할 정도로 위험한 일은 거의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건강에도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의 제반 사정을 고려한다면,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의 보상에 초점을 두어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3) ***에는 당시 피해자를 포함하여 7~8명의 회사 직원들이 있었고, 직원들 중에는 주로 외근을 하면서 피해자보다 장기간 근속한 다른 직원들이 있었음에도, 피고인이 특별한 이유 없이 피해자(근속기간 약 4개월)와 윤길영(근속기간 약 1개월)만을 피보험자로 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과 같은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위와 그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다만 윤길영은 피고인이 위와 같은 보험계약을 체결하여 주었음에도 이사건 발생 전인 2013. 8. 14.경부터 무단결근하다가 퇴사하였다).

 

4) 이 사건 보험계약은 피해자가 만 55세 이전에 사망할 경우 ***가 5억 원(사망보험금 2억 원 및 재해사망보험금 3억 원)의 보험금 및 피해자가 만 55세에 이르는 계약 해당일 전일인 2036. 7. 28.까지 매월 800만 원의 월 급여금을 지급받는 것을 보장내용으로 삼고 있는바, 피해자가 일찍 사망할수록 ***가 많은 보험금을 지급받게 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었다. 참고로, 피해자가 2013. 9. 9. 사망함에 따라 ***가 지급받게 되는 사망보험금의 액수는 일시금으로 지급되는 5억 원에 향후 지급받는 월 급여금 21억 9,200만 원(=월 800만 원×274회)을 합한 26억 9,200만 원에 달한다.

 

5) 이 사건 보험계약의 경우 ***가 매월 납입하는 보험료의 액수가 611,230원에 달하였는데 이는 당시 ***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직원 1명에 대하여 지출하는 보험료의 액수로서는 지나치게 거액이었다. 또한 이 사건 보험계약에는 피보험자인 피해자가 퇴사하는 경우 보험계약이 자동 해지되고 보험계약자인 *** 입장에서는 이미 납입한 보험료 역시 지급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피고인이 단순히 피해자의 복지만을 위하여 위와 같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거액의 보험료가 지출되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점은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렵다.

 

바. 피고인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임의성 및 신빙성

1) 피고인은 이 법정에 이르러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임의성을 부인하는 취지로 위 각 피의자신문조서에 부동의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가 임의성을 구비하고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피고인이 진술의 임의성을 다투는 경우, 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에 따라 당해 조서의 형식과 내용, 피고인의 학력, 경력, 직업, 사회적 지위, 지능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임의성 여부를 판단하면 되는 것인데(대법원 1997. 10. 10. 선고 97도1720 판결 등 참조), 앞서 거시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검찰에서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참여권이 충분히 보장된 상태에서 피의자신문을 받았고, 실제로 제2회 피의자신문을 받을 때에는 피고인이 경찰 조사단계에서부터 선임한 변호인이 참여하기도 하였던 점, ② 피고인은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작성 완료 후 그 내용을 읽어본 후 서명날인을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이 진술한 취지와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자필로 수정하기도 하였던 점, ③ 피고인이 검찰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는 발견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조서에 기재된 피고인 진술의 임의성을 인정할 수 있어 모두 증거능력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2) 나아가 앞서 거시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피고인은 검찰 피의자신문 당시 살해동기 등에 대하여는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여 왔으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모두 인정하는 취지로 일관된 진술을 하여 온 점, ② 피고인은 검찰 피의자신문 당시 이 사건 해머로 피해자를 가격하였을 당시의 상황, 이 사건 해머를 비롯한 범행도구들을 물품창고에서 가지고 나온 과정 등에 대하여 진술한 바 있는데 그 진술의 내용이 앞서 거시한 비진술증거와도 일치하는 측면을 보이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각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에는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 피고인 및 변호인이 주장하는 기타 정황사실에 관한 판단

1) 먼저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이 현대철물점에서 이 사건 해머를 구입한 시기가 2013. 8. 25.이라고 전제하면서, 압수된 CCTV 영상수신기에는 2013. 8. 19. 이후부터의 녹화 장면이 모두 저장되어 있으므로, 2013. 8. 25.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확인이 가능함에도 피고인이 2013. 8. 25. 이후의 시점에 이 사건 해머를 물품창고에 반입하는 장면이 이 사건 CCTV 화면을 통해 확인되지 않으므로, 피고인이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이 사건 해머로 피해자를 살해하였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앞서 거시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① 피고인은 2013. 8. 2.과 2013. 8. 25. 두 차례에 걸쳐 현대철물점에서 물건을 구입한 적이 있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이 위 일자 중 2013. 8. 25. 이 사건 해머를 구입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증거로 현대철물점을 운영하는 C가 피고인에게 이 날 해머를 판매하였다는 취지로 기재한 진술서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는데, 이것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이다. 그러나 C는 수사 단계에서 이 사건 해머의 구입 시점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에는 피고인에게 이 사건 해머를 판매한 시기가 2013. 7. 하순경에서 8. 초순경 사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② 한편, 사무실 중간창고에 설치되어 있는 이 사건 CCTV 카메라에는 적외선 기능이 장착되어 있지 않아, 야간에 실내등이 켜져 있지 않은 경우에는 촬영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해머를 구입한 시점이 2013. 8. 25.이고 위 시점 이후에 이 사건 해머를 물품창고에 반입하였다 하더라도, 그 장면이 이 사건 CCTV 화면에 포착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2) 다음으로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이 이 사건 해머로 피해자의 머리를 내리쳤다면 상당한 양의 피가 튀어 피고인의 옷가지와 신발에 묻었어야 하는데, 압수된 피고인의 옷가지나 구두에서는 피해자의 혈흔이 검출된 바 없어 판시 범죄사실이 입증되었다는 점에 대하여 합리적 의심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거시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① 이 사건 해머의 길이는 약 90cm에 달하므로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로부터 상당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피해자의 머리를 가격하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를 가격함으로써 출혈이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몸에는 피가 튀지 않았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② 이 사건 해머와 함께 발견된 물건으로는 피해자의 피가 묻어 있는 회색 모포 1개가 있었는데, 피고인으로서는 회색 모포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피가 피고인의 몸 쪽으로 튀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해자의 와이셔츠나 바지에 피가 묻지 않았다 하여 범죄사실의 입증이 저지된다고 보기 어렵다.

 

③ 피고인은 2013. 9. 9. 당시 신었던 구두에서도 피해자의 혈흔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피고인이 2013. 9. 9. 신었던 것으로 보이는 갈색 구두(증 제16호증)에는 여러 사람의 혼합 디엔에이형이 검출되어 누구의 것인지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의 피가 묻어 있는 것이 확인되므로, 피고인의 구두에 피해자의 피가 묻어 있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다음으로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이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면 피고인이 물품창고에서 이 사건 해머를 비롯한 범행도구들을 가지고 나오는 장면이 이 사건 CCTV 카메라에 포착되었어야 하는데, 피고인의 경우 물품창고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물건을 가지고 나오는 장면이 이 사건 CCTV 카메라에 포착된바 없으므로, 피고인이 물품창고에서 피해자를 살해하였을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한그러나 앞서 거시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① 물품창고 내부에는 물품보관소로 통하는 미닫이문이 하나 설치되어 있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물품창고에서 사용한 범행도구를 물품보관소로 옮긴 후 물품보관소에서 가지고 나오는 것 역시 가능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 및 변호인은 2013. 9. 9. 당시에는 미닫이문 주변에 제품들이 많이 쌓여 있어 미닫이문을 통하여 범행도구를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2013. 9. 9. 당시 물품창고와 물품보관소에 놓여 있던 제품의 양이 미닫이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많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이 미닫이문을 통하여 물품창고에서 사용한 범행도구를 물품보관소로 옮긴 후 이를 물품보관소에서 가지고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② 피고인은 2013. 9. 9. 14:09경 물품보관소에 들어갔다가 14:10경 이 사건 해머를 담을 수 있을 정도로 큰 황토색 상자를 들고 나왔고(피고인은 위 상자에 동일한 크기의 상자 하나를 위에서 덮어 상자 안쪽을 가린 채 이를 가지고 나왔으므로, 위 상자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다) 위와 같이 가지고 나온 상자를 피고인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차량에 싣고 피고인의 주거지로 가지고 와서 부근에 주차된 피고인의 또 다른 차량인 흰색 아스트로 밴에 실어 놓았다. 경찰은 흰색 아스트로 밴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범행도구들과 함께 ***에서 사용하는 황토색 상자 1개를 발견한 사실이 있는데,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물품보관소에서 가지고 나온 상자는 이 사건 해머를 포함한 범행도구들을 담은 상자였을 개연성이 크다.

 

③ 피고인 역시 검찰 피의자신문 당시 이 사건 해머를 비롯한 범행도구들을 황토색 상자에 넣어 가지고 나왔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는데, 다른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정황사실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위 진술에는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인은 검찰에서의 진술과 달리 이 법정에 이르러, 피고인은 물품보관소에서 피고인의 요트를 관리하는 클럽 티파니 회원들에게 선물하기로 약속한 욕실화, 실내화,치약 1박스를 위 상자에 담다가 모두 담기지 않아 위 상자의 덮개를 세운 후 동일한상자 하나를 위에서 덮은 채 가지고 나왔고 위 상자에는 이 사건 해머를 비롯한 범행 도구들이 들어 있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위와 같이 다량의 물건을 한 상자에 넣기 위하여 다른 상자를 덮개로 사용하여 포장하려고 하였다는 진술을 수긍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당일 클럽 티파니 회원들을 만나 위 물품을 전달할 예정이 아니었음에도 위와 같이 독특한 방식으로 물품을 상자에 집어 넣어 다른 수 개의 상자, 쇼핑백과 함께 회사 사무실에서 들고 나와 피고인의 흰색 아스트로 밴 등에옮겨 놓았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4) 다음으로 피고인 및 변호인은, 이 사건 CCTV 화면을 보면 2013. 9. 9. 15:20:09경 물품창고 쪽 화면이 전체적으로 밝아지는 것이 확인되는데, 이는 피해자 또는 외부인이 물품창고의 형광등을 켰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거시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① 이 사건 CCTV 화면을 분석하여 보면, 물품창고에 설치되어 있는 형광등은 스위치를 누르는 즉시 켜지는 형태로 작동하는 것이었는데, 피고인 및 변호인이 주목한 2013. 9. 9. 15:20:09경의 화면 밝기의 변화는 3초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및 변호인이 주목한 화면 밝기의 변화는 형광등의 점등에 의하여 발생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② 물품창고에 설치되어 있는 형광등이 켜지더라도 물품창고에서 중간창고로 새어 나오는 불빛의 세기는 미미하여 중간창고 부분의 밝기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및 변호인이 주목한 화면 밝기의 변화는 중간창고를 비추는 이 사건 CCTV 화면 전반에 걸쳐 이루어지는데, 이는 물품창고에 형광등이 켜짐에 따라 생기는변화와는 그 모습을 달리 하는 것이다.

 

③ 이 사건 CCTV 화면의 밝기는 같은 시간대에도 창을 통하여 들어오는 햇빛의 양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피고인 및 변호인이 주목하는 화면 밝기의 변화 역시 자연적으로 화면의 밝기가 변화되는 모습이 포착된 것으로 보인다.

 

 

 

 

 

양형의 이유

1. 처단형의 범위 : 무기징역

2. 양형 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살인, 제3유형(비난동기살인)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계획적 살인 범행, 잔혹한 범행수법)

[권고영역의 결정] 특별가중영역

[권고형의 범위] 징역 18년 이상, 무기징역 이상

 

3. 선고형의 결정 : 무기징역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여직원인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거액의 보험에 가입한 후, 사망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피해자를 살해한 사건이다. 인간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 어떠한 경우에라도 보호받아야 할 절대적인 가치인데, 피고인은 이러한 인식이 전혀 없이 피해자의 생명을 경제적인 이득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아니하다. 더구나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전에 건설현장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대형 해머를 미리 준비하였고 피해자를 사무실 CCTV 카메라에 의하여 촬영이 이루어지지 않는 물품창고에서 살해하였는데,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실수 없이 살해하기 위하여 얼마나 치밀하게 계획하여 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휘두르는 대형 해머에 맞아 머리 부분의 피부가 찢겨지고 두개골 일부가 완전히 으스러졌는데, 이에 비추어 보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입었을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참혹하게 살해된 피해자의 모습을 지켜본 피해자의 유족들은 이 사건 범행의 잔혹함에 분노를 금치 못하며 피고인을 중형에 처해줄 것을 재판부에 간곡히 호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유족들에게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늘어놓으며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또한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고 난 이후에도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범행도구들을 다른 물건들과 함께 상자에 담아 옮기고, 경영자 아카데미 모임, 동문 모임 등에 참석하여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와 같이 자신이 저지른 범행의 결과에 대하여 무감각한 피고인이 종전과 같이 자유롭게 사회생활을 할 경우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그 행위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음과 동시에, 이 사건 범행으로 생명을 잃은 피해자와 그 유족들에게 평생 참회하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차원에서 피고인을 우리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시키기로 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Posted by 법무법인 법승.
,
간접증거로 강도살인죄 유죄인정

 

피고인이 컴퓨터 게임장에 들어갔다가 그곳에서 환전 업무를 하던 피해자 갑의 금품을 강취하고 살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화장실 문손잡이 주변에서 검출된 혈흔지문에 대한 지문감정 결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피고인에게 강도살인죄가 유죄인정된다고 한 제1심 판결입니다.

 

과학수사에 의한 간접증거로 살인행위라는 주요 사실을 인정한 것입니다.

혈흔지문의 확보와 지문감정 과정에서 증거로서의 가치를 상실시킬 ‘오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가 되었을 것입니다.

 

범행을 부인하고 있을 때, 과학수사 결과는 간접증거로서 범행현장에 있었다는 사실, 범행을 피고인이 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로 제시되게 됩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는 판결의 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법원이 어떠한 경로로 증거를 취사선택하여 피고인의 유죄인정이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제 판결문을 통해 어떠한 판단을 통하여 유죄판결에 이르게 되었는지그 판단의 논리적 귀결은 경험칙과 논리칙에 따라 합리적 의심을 넘어 선 것이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본 판결의 결과 피고인에게는 무기징역이 선고 되었고, 피고인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한 상태입니다.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은 아래와 같습니다.

 

 

 

 

[범죄전력]

피고인은 2000. 12. 1. 부산지방법원에서 절도죄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000. 12. 9. 그 판결이 확정되었고, 2001. 9. 29. 같은 법원에서 사기죄 등으로 징역 6월을 선고받아 같은 날 위 판결이 확정되었으며, 2004. 3. 17. 같은 법원에서 절도죄 등으로 징역 6월을 선고받아 같은 날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피고인은 절도, 사기 범죄 전과가 있는 사람으로 강력 범죄 전력은 전혀 없는 사람으로 판단됩니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2000. 4. 1.경 직원으로 근무하던 ○○유통에서 물품대금으로 수금한 4,074,400원을 가지고 잠적하여 2000. 6. 22.부터 업무상횡령으로 부산 금정경찰서에 지명수배되어 있었고, 2000. 10. 18. 부산 부산진구에 있는 △△△△ 보석매장에서 금목걸이를 훔친 사실로 2000. 10. 21. 부산 동부경찰서에서 긴급체포될 때까지 목욕탕, 찜질방, 만화방 등을 전전하면서 일정한 주거 및 직업 없이 도피생활을 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2000. 7. 27. 15:00경부터 15:25경까지 사이에 부산 동래구 (이하 생략)에 있는 ‘□□□ 컴퓨터 게임랜드’ 게임장 안에 들어갔다가 위 게임장에서 환전 업무를 하는 피해자 공소외 1(여, 39세)이 가방을 가지고 게임장과 연결된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의 가방을 강취하기로 마음먹고 피해자를 뒤따라 화장실에 들어가 피해자에게 가방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해자가 격렬히 저항하자 이에 격분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미리 소지하고 있던 흉기인 칼을 집어 들고 피해자의 왼쪽 목 부위를 2회, 오른쪽 목과 얼굴 부위를 3회, 등 부위를 3회 찔렀다.

 

계속해서 피고인은 화장실 소변기 부근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피해자가 다른 사람의 눈에 쉽게 발견되지 않도록 피해자를 붙잡고 화장실 대변실 안으로 밀어 넣은 다음 피 묻은 손으로 대변실 문을 잡고 닫으려고 하였으나 피해자의 발이 대변실 문 밖으로 나와 있어 대변실 문을 닫지 못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가 신고 있던 슬리퍼 1켤레를 모두 벗겨 대변실 안으로 던져 넣고 손으로 피해자의 오른발을 잡고 대변실 문턱에 고정시키고, 피해자의 왼발을 오른발 위에 올려놓아 피해자의 발이 대변실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 다음 피고인의 손으로 재차 대변실 문을 잡고 닫았다.

 

이어 피고인은 위 범행이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발각되지 않도록 그곳 화장실의 수돗물과 대걸레로 화장실 바닥에 있는 피해자의 피를 닦고, 수돗물로 피고인의 손과 옷에 묻은 핏자국을 씻어낸 다음 피해자가 가지고 있던 피해자 소유의 현금 15만 원가량, 시가 60만 원 상당의 3부 다이아몬드 반지 1개, 주민등록증, 삼성카드, 지갑 등이 들어있는 가방 1개를 가지고 화장실에서 나와 게임장 입구를 통하여 밖으로 나가 도주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 소유의 가방 1개를 강취하고, 칼로 피해자의 목과 얼굴, 등을 8회 찔러 피해자로 하여금 현장에서 전신 다발성 관통자창으로 인한 실혈로 사망에 이르게 하여 살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1. 증인 공소외 2, 3, 4의 각 법정진술

1. 범행현장 촬영 CD 검증결과

1. 피고인에 대한 제9, 10회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일부)

1. 공소외 5, 6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1. 공소외 7, 5, 6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범죄현장 지문감정결과 회신 및 그 회신에 첨부된 감정서(공소외 2), 감정서(국과수), 지문 재감정결과 회신, 국과수 감정의뢰회보

1. 판시 전과: 범죄경력 등 조회회보서, 수사보고(판결문 등 첨부보고, 피의자 피고인의 판결문 첨부에 대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

피고인은, 자신이 이 사건 범행 당일 ‘□□□ 컴퓨터 게임랜드’ 게임장에 간 적이 없고,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살해하고 금품을 강취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판단

앞에서 든 증거들과 증인 공소외 8의 법정진술, 공소외 8에 대한 각 검찰 및 경찰 진술조서 및 이 법정에서 채택되어 조사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재물을 강취하고자 피해자를 살해하고 금품을 가져간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가. 이 사건 범행 현장 상태

2000. 7. 27.경 부산 동래구 온천동에 있는 ‘□□□ 컴퓨터 게임랜드’의 화장실에서 피해자 공소외 1이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위 화장실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좌측에 소변기와 개수대 등이 있고(이하 이 공간을 ‘소변실’이라 한다) 소변실 정면에는 별도의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대변실(이하 ‘대변실’이라 한다) 두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발견 당시 피해자는 대변실 안에서 좌측을 바라보고 측면으로 쓰러져 있었고, 대변실 문이 닫혀져 있었으며, 피해자는 머리가 출입문 반대방향, 발은 출입문 방향으로 맨발인 상태로 양발과 무릎이 약 90° 각도로 굽혀져 포개져 있었고, 피해자의 신발 두 짝 모두 발에서 벗겨져 대변실 안에 놓여 있었다.

피해자는 같은 날 15:25경 공소외 7에 의하여 최초로 발견될 당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전신 다발성 관통자창으로 인한 실혈로 사망한 상태였다. 소변실의 개수대 아래쪽 벽면과 화장실 바닥, 개수대 내 물통 등에서는 혈흔이 발견되었고, 대변실 바닥과 아래쪽 벽면에도 혈흔이 발견되었다. 또한 소변실에 놓여 있던 대걸레에는 피가 묻어 있고, 그곳 바닥은 위 대걸레로 물청소를 한 흔적이 엿보인다.

 

위와 같은 피해자의 발견 당시 모습, 화장실의 혈흔 및 소변실 바닥 및 대걸레의 상태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소변실에서 범인에 의해 칼에 찔렸고, 그 과정에서 비산된 피해자의 피가 그곳 바닥 및 벽면에 묻은 것으로 보이며, 범인에 의해 살해된 후 피해자의 사체가 대변실로 옮겨졌거나, 최소한 소변실에서 칼에 찔린 후 대변실 내에서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범인은 범행 직후 피해자의 발견을 늦추기 위하여, ① 피해자의 사체를 대변실로 옮겨놓은 후 피해자의 발이 대변실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양발을 약 90° 각도로 굽혀 포개놓고 피해자의 신발을 벗겨 대변실 안에 넣었으며(사망한 피해자를 대변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신발이 벗겨져 이를 대변실 안으로 던져 넣었을 수도 있다), ② 소변실에 비산된 혈흔 및 소변실 바닥의 피를 지우기 위해 그곳에 있던 대걸레로 소변실 바닥을 물청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나. 범행 동기

피해자가 사망한 채로 발견될 당시 피해자 소유의 현금 15만 원가량, 시가 60만 원 상당의 3부 다이아몬드 반지 1개, 주민등록증, 삼성카드, 지갑 등이 들어있는 가방 1개가 없어졌다. 위 게임장의 운영자로서 피해자를 게임장 종업원으로 고용한 피해자의 시누이 공소외 5가 피해자는 평소 다른 사람의 원한을 산 일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피해자가 게임장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주로 환전을 해주는 일을 하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는 상당한 액수의 돈을 소지하고 있었던 점, 범인이 피해자가 소지하고 있던 돈을 노리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면, 굳이 대낮에 사람이 많이 드나들어 범행이 발각될 위험이 높은 게임장 화장실을 범행 장소로 택할 별다른 이유가 없어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범인은 피해자가 소지하고 있던 돈을 강취하려고 하다가 피해자가 격렬히 저항하자 게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발각되는 것이 두려워 피해자의 목과 등 부위를 수차례 칼로 찔러 피해자를 제압한 후 위와 같이 금품이 들어있는 가방을 가지고 간 것으로 볼 것이다.

 

다. 범행현장에 유류된 피고인의 혈흔지문

(1) 혈흔지문의 검출

이 사건 범행 장소인 화장실의 대변실 문손잡이 주변에서 혈흔지문이 검출되었다.

① 위와 같이 검출된 지문이 일반지문이 아닌 혈흔지문이라는 점에서 그 지문이 범인의 지문일 것으로 강하게 추단할 수 있다. 그것은 일반지문 위에 피해자의 피가 묻어 생긴 것이 아니라 범인이 피 묻은 손으로 문을 만졌을 때 생기는 지문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또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범인은 범행 도중 또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피해자를 대변실로 밀어넣는 과정에서 대변실 문을 여닫다가 문손잡이 및 그 주변에 혈흔지문을 남겼을 가능성이 높은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② 위 혈흔지문은 경찰관이 범행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미처 응고되기 전이었다. 이 사건 범행 당일의 기온(27°) 및 습도(85%)와 유사한 상태에서 혈흔지문이 응고하는 시간을 측정한 결과 혈흔지문이 묻은 후 응고될 때까지 약 8분이 소요되었는바, 발생가능한 변수를 고려하여 오차범위를 산정한다 하더라도 2배가 넘는 시간인 20분 이내에 모두 응고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위 혈흔지문은 경찰이 출동한 15:30경으로부터 최대 20분 전인 15:10경 사이에 대변실 문에 묻은 것으로 볼 수 있는바, 범행 발생 시각(15:00경부터 15:25경까지 사이)과 경찰이 피해현장을 조사하기 시작한 시각(15:30경) 사이의 간격(약 5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범행 직후 범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피 묻은 손으로 대변실 문 주변을 만졌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초 신고자인 공소외 7이 피해자를 발견할 당시의 상황으로 미루어 보건대, 공소외 7이 사망한 피해자를 최초로 발견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범행 이후 피해자가 공소외 7에 의하여 발견될 때까지 다른 사람이 화장실에 들어갔던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따라서 위 혈흔지문은 범인이 범행 도중 또는 범행을 은폐하는 과정에서 남긴 범인의 지문이라 할 것이다.

 

 

 

 

 

(2) 지문감정 결과

위와 같이 대변실 문손잡이 주변에서 검출된 혈흔지문이 피고인의 좌수시지 및 우수중지와 일치하였다.

지문이란, 지두(지두) 장측부(장측부)에 존재하는 피부가 융기한 선 또는 점으로 이루어진 문형을 말한다. 모든 사람의 지문은 다르다(만인불동).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유전자지문(DNA)은 같으나, 손가락 지문은 다르다. 사람이 세상에 가지고 태어난 지문은 외상 등에 의하여 진피층까지의 피부조직 파괴가 없는 한 일생 동안 변하지 않는다(종생부변). 또한 한 사람의 지문이라 하더라도 각 손가락마다 모두 그 지문이 다르다.

 

위 혈흔지문에 대하여 2012년경 재감정한 결과 피고인의 주민등록발급신청서의 우수중지 및 좌수시지 지문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피고인의 요청으로 2013. 9. 25. 채취한 피고인의 우수중지 지문과 혈흔지문은 지문융선 특징점 비교 결과 23개가 일치하여 동일지문으로 판정되었고, 같은 2013. 9. 25. 채취한 피고인의 좌수시지 지문과 혈흔지문은 지문융선 특징점 비교 결과 18개가 일치하여 동일지문으로 판정되었다. 2013. 9. 25. 채취한 피고인의 우수중지 지문과 피고인의 주민등록발급신청서의 우수중지 지문은 지문융선 특징점 비교 결과 57개가 일치하여 동일지문으로 판정되었고, 같은 2013. 9. 25. 채취한 피고인의 좌수시지 지문과 피고인의 주민등록발급신청서의 좌수시지 지문은 지문융선 특징점 비교 결과 73개가 일치하여 동일지문으로 판정되었다.

비록 위 혈흔지문들이 모두 온전한 지문은 아니나(속칭 ‘쪽지문’), 남아있는 지문융선의 특징점을 비교한 결과 지문 동일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12개 이상의 일치점을 발견할 수 있었고, 서로 다른 부분은 없었다.

 

(3) 감정결과의 신빙성

이 사건 범행이 발생한 2000년 당시의 지문검색 기술로는 위 혈흔지문과 동일한 지문을 검색하지 못하였으나, 그 후 지속적으로 지문검색시스템이 보완되고, 장비의 성능 또한 향상되어 왔으며, 2010년부터 운영하는 개선된 시스템에 의한 재검색으로 위 혈흔지문과 동일유사한 것으로 피고인의 지문이 검색되어 혈흔지문들과 피고인의 지문을 대조감정하기에 이른 점, 통상 특징점이 최소 12개 이상일 경우 동일지문인 것으로 판단하는 점, 2000년경 채취된 지문을 2012년 재감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지문의 영상을 보관하기 때문에 검사대상이 변형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혈흔지문들은 피고인의 우수중지 및 좌수시지 지문과 각각 18개와 23개의 일치점이 있어 동일지문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혈흔지문들이 피고인의 우수중지 및 좌수시지의 지문과 동일한 것으로 즉, 피고인의 손가락 두 개의 혈흔지문이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고, 그 지문 대조감정결과에 별다른 오류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4)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 및 변호인은, 사람은 각 손가락마다 모두 지문이 다른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라 한다)의 감정서에 “이 사건 범행현장 화장실 문에 남은 혈흔은 오른손으로 문을 잡았을 때 손가락 끝마디가 문에 접촉하는 부위와 유사한 점으로 보아 오른손을 사용하여 문을 잡았을 때 발생한 형태전이혈흔으로 추정되며, 이 경우 측면 흔적은 엄지손가락 끝마디가 접촉한 부분이며 손잡이 윗부분의 세로로 배열된 타원형 세 흔적은 위쪽에서부터 검지, 중지, 약지가 접촉한 흔적으로 볼 수 있음”이라고 기재된 것을 근거로, 국과수 감정서상의 엄지손가락 끝마디 지문으로 추정되는 지문과 피고인의 우중지가 일치할 수 없고, 오른손 검지, 중지, 약지가 접촉한 흔적으로 추정되는 지문과 피고인의 좌시지가 일치할 수 없으므로, 지문감정결과가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국과수의 감정서는 혈흔의 형태를 보아 오른손 엄지, 검지, 중지, 약지가 접촉한 흔적으로 ‘추정’된다는 것일 뿐 위 지문들이 모두 오른손의 각 손가락임을 확정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는 점, 범인은 피해자를 은폐하기 위해 대변실로 밀어넣고 그 문을 닫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양손으로 문을 눌러 닫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혈흔이 찍힌 형상과 모양과는 달리 다른 손가락이 닿았을 가능성이 높은 점, 특히 경찰청에서 미제사건 유류지문을 재검색하는 방법은 추출된 지문을 가지고 데이터베이스에서 일치하는 지문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그 결과 위 혈흔지문 중 두 개가 피고인의 우수중지 및 좌수시지와 일치하는 결과를 얻은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또한 피고인 및 변호인은, 위 혈흔지문의 지문융선 간 폭이 피고인의 지문(2013. 9. 25. 채취한 피고인의 지문)과 달라 서로 다른 지문이라 주장하나, 손가락이 눌리는 정도에 따라 지문융선 간 폭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점, 지문 간 특징점을 비교하는 경우 지문의 중심점으로부터 갈라지는 융선의 수로 비교하고, 위와 같이 지문이 찍히는 상황에 따라 같은 지문이라도 지문융선 간 폭이 달라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하여 지문융선 간 폭을 기준으로 비교하지는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라. 혈흔지문의 응고시간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일 범행현장인 ‘□□□ 컴퓨터 게임랜드’ 게임장에 간 적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당시 현장을 보존하고 조사한 경찰관들의 수사보고에 의하면, 경찰관들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을 때(2000. 7. 27. 15:30경) 대변실 문에 묻은 혈흔지문은 미처 응고되기 전의 상태였다.

 

이 사건 범행 당일의 기온(27°) 및 습도(85%)와 유사한 상태에서 혈흔지문이 응고하는 시간을 측정한 결과 혈흔지문이 묻은 후 응고될 때까지 약 8분이 소요되었는바, 발생가능한 변수를 고려하여 오차범위를 산정한다 하더라도 2배가 넘는 시간인 20분 이내에 모두 응고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위 혈흔지문은 경찰이 출동한 15:30경으로부터 최대 20분 전인 15:10경 사이에 대변실 문에 묻은 것으로 볼 수 있고, 위 혈흔지문을 남긴 범인은 그 시경 범행현장에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그 혈흔지문은 둘 다 피고인의 지문인 것으로 드러났으므로, 결국 피고인은 자신의 주장과는 달리 이 사건 범행 당일 범행시각에 범행현장에 있었다고 할 것이다.

 

최초 발견자인 공소외 7은 이 사건 범행 당일 14:50경 위 게임장에 도착하여 피해자로부터 환전한 후 게임을 하다가 약 15:00경 피해자가 화장실 방향으로 가는 것을 목격하고, 15:25경 화장실에 갔다가 대변실 안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발견하였는바, 이 사건 범행이 일어난 시간이라 할 수 있는 15:00경부터 15:25경 사이와 위 혈흔지문이 찍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인 15:10경부터 15:30경 사이도 시간적으로 거의 일치한다. 설령 이 사건 범행이 피해자가 화장실에 들어간 시간인 15:00경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범인은 소변기가 있는 공간에서 피해자를 살해하고 대변실로 옮겨 은닉하려는 과정에서 혈흔지문을 남기게 된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약 10분 이상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므로, 피고인 이외에 다른 사람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마. 공소외 8의 진술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과 교제하고 있던 공소외 8은, 2000년 여름경, 특히 7월 하순 즈음 피고인으로부터 급히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더운 날씨에 만나러 나가기 싫다고 하니 거의 애걸하다시피 나와달라고 하여 피고인을 만나러 나가니 피고인이 바지에 물을 잔뜩 묻히고 상의 아래쪽에 검은색 작은 점같은 것들이 무수히 많이 묻어 있는 상태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공소외 8은 피고인에게 ‘왜 이리 너저분하게 나왔냐’는 취지로 말하면서 검은색 점이 뭐냐고 물으니 코피가 묻은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는데, 코피가 그렇게 묻을 리가 없어 당시 이상하게 생각했고, 모텔 화장실에서 피고인이 상의를 세탁하려고 해서 자신이 도와주려고 했으나 피고인이 이를 완강히 거절하고, 욕실 문을 닫고 혼자서 세탁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또한 공소외 8은 당시 피고인이 일을 하지 않고 있어서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이었고, 생활비 또는 데이트비용이 필요해 자신으로부터 많은 돈을 빌려가 쓰고도 돈을 갚지 않아 결국 피고인을 고소까지 하게 되었으며, 당시 피고인이 오락실의 사행성 게임에 빠져있었고, 자주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피고인은 공소외 8의 진술이 12년 전 있었던 일에 대한 진술이므로 그 신빙성이 의심스럽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와 같은 상황은 평소 깔끔하게 입고 다니던 피고인으로부터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경우이므로 이에 대하여 특별히 기억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은 점, 피고인은 공소외 8과 헤어질 당시 금전적인 문제로 공소외 8로부터 고소를 당하여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었으므로 공소외 8이 피고인에 대한 앙금이 남아 불리한 진술을 하는 것이라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공소외 8은 이미 그로부터 12년이나 지났고 모든 것이 정리된 상황에서 피고인을 잊고 생활하고 있었으므로 특별히 피고인을 해할 의도로 거짓으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점, 아주 오래 전의 일이라 잊고 있었던 사실이나 상황도 사귀는 사람이 바지가 물에 젖고 상의에 검은 점들을 묻힌 채로 자신을 만나러 와서 모텔에서 옷을 세탁한다든가 하는 특별한 상황은 시간을 두고 곰곰이 생각하면 기억이 되살아날 수도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공소외 8의 진술이 갈수록 구체화되어 간다고 하여 반드시 그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8의 위 진술은 이 사건 범행에 대한 정황증거로서 신빙성이 있다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통해 보건대,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도피생활에 필요한 생활비 또는 공소외 8과의 데이트비용 등으로 돈이 필요했던 상황이었음을 알 수 있고, 그것이 이 사건 범행의 큰 동기가 되었을 것으로 보이며, 범행 당시 피고인이 화장실 바닥에 물을 뿌리고 대걸레로 핏자국을 지우거나 바지에 묻은 핏자국을 물로 씻는 과정에서 바지가 물에 젖었을 것으로 보이고, 상의에 묻은 검은 점같은 것들도 피해자를 칼로 찔러 살해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로부터 비산된 피가 말라붙은 것이라 할 것이다.

 

바. 따라서, 피고인은 경제적으로 궁핍하여 돈을 조달하여야 하는 상황에서 이 사건 범행 당일 15:00경부터 15:25경 사이에 게임장 화장실에서 피해자의 돈을 강취하려고 하다가 저항하는 피해자를 살해하고, 금품을 강취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양형의 이유】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재물을 강취하고자 피해자를 칼로 찔러 살해하는 방법으로 그 반항을 억압하고 피해자의 재물을 강취한 것으로 그 죄질이 매우 무겁고 피해 정도가 극심하다.

피고인은 칼로 피해자의 왼쪽 목 부위를 2회, 오른쪽 목과 얼굴 부위를 3회, 등 부위를 3회 찌르는 등 잔혹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특히 목과 얼굴 부위는 칼로 찔리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곳임에도 이를 수차례나 찌른 것을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할 매우 강한 의사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피해자의 목 부위에 생긴 상처의 정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를 죽일 의도로 매우 강한 힘으로 찔렀다고 할 것이다. 게다가 등 부위에 생긴 상처로 보건대, 피고인은 등을 돌리고 있는 무저항 상태의 피해자를 칼로 찔렀거나 피고인을 피해 등을 돌리고 도망가는 피해자를 칼로 찌른 것이라 할 것이므로 피해자에 대한 조금의 동정도 없이 확고한 살해의사를 갖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살인은 어떤 방법으로도 피해 회복을 할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가치인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중대한 범죄이고, 특히 피해자의 재물을 강취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일반 살인죄의 경우보다 그 책임이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범행 당시 피해자는 자신과 중학교 2학년인 아들에게 수시로 폭력을 행사하던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서 중학생 아들을 양육하고 있었는데, 그 중학생 아들은 이 사건 범행으로 어머니를 잃는 바람에 큰 충격을 받았음은 물론 제대로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불우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시종일관 부인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 특히 피고인은 약 12년간 자신의 범행을 은밀하게 숨긴 채 아무런 죄의식 없이 태연하게 생활해 왔고, 자신의 혈흔지문이 검출된 상황임에도 끝까지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면서 전혀 알지 못한다는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건대, 피고인에게는 그 행위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고, 이 사건 범행이 판시 범죄전력 기재 판결들과 함께 처벌될 수 있었던 것이라 하더라도 달리 피고인의 형을 감경할 만한 여지는 없다고 판단된다. 피고인에게 평생 피해자 및 그 유족들에게 참회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도록 함이 상당하므로, 그 밖에 이 사건 범행의 동기, 경위, 피해 정도, 피고인의 연령, 성행 등 이 사건 변론에 드러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법률효과의 발생에 직접 필요한 사실인 주요사실의 존부를 직접 증명하는 증거를 직접증거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변제에 대한 수령서, 계약에 대한 계약서라든지 입회인 등이 해당합니다.

 

반면에 간접사실 또는 증거의 증거능력 혹은 증명력에 관계되는 사실의 존부에 관한 증거로서, 간접적으로 주요사실의 증명에 도움이 되는 증거를 오늘 살펴본 간접증거라고 합니다.

 

 

 

Posted by 법무법인 법승.
,
정당방위 살인이 될 수 있나요?

 

 

Q.

이런 경우 정당방위로 인한 살인이 될 수 있을까요?

영화에서도 본 것 같은데.. 상황이 이런 상황인데요.

한 살인마가 가족을 주인공을 빼고 살인을 하게 되는데 그 살인마가 밝혀져 구속이 된 것이죠..

이 살인마는 어느정도의 징역을 받게 될까요?

그리고 가족의 복수를 하기 위해 그 살인마가 나올 때 까지 기다리다가

살인마가 나올때 죽였다면..

이게 정당방위 살인이 되는 걸까요?

제가 또 들은 바로는 술먹고 취해서 살인을 하게 되면 집행유예인가 나온다는데 맞나요?

 

 

 

 

 

A.

정당방위 살인에 대한 질문을 주셨는데요.

이는 정당방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에 정당방위 살인이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제250조(살인, 존속살해) ①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이 적용됩니다.

 

술에 취하여 사람을 살해한 경우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주취 중 사람을 살해한 경우, 최근의 법원 판결은 주취감경을 적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는 가중사유로 고려하기도 합니다.

 

 

Posted by 법무법인 법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