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횡령, 배임, 근로기준법위반 실체적 경합 사건 성공사례
70세가 된 노 신사분이 저에게 찾아 왔습니다. 깔끔한 외모, 세련되고 점잖은 말투 그렇지만 표정은 어두웠고, 건강은 좋지 않았으며, 머리가 어지러워서 그런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귀가 잘 안 들렸던 것인지, 아니면 머리 속에 다른 걱정이 많이 있어서 그랬던 것인지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그 분은 20년 넘게 소규모 회사를 세우고 사업을 해 온 사업가였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지금은 사라졌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기업에서 30년을 봉직하고, 20년 전 퇴직을 하고 소규모 회사를 세우고 열심히 살아 온 분이었습니다.
노신사는 그 날 자신의 주식회사를 폐업해야 할 것 같은데, 물품대금도 상당부분 남아 있고, 은행권 등에 신용대출 채무도 수 억원에 이른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특히 자신의 회사에 용역, 물품 등을 공급한 회사 중 대금을 제대로 결제해 주지 못한 회사가 10여 개에 이르는데 자신이 수주를 받아 오던 주요 기업들이 더 이상 추가 발주를 해주지 않고 있어 이제 더 견딜 수 없는 처지에 이르러 회사를 정리하고자 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노신사는 주식회사의 파산절차를 문의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물었습니다.
회사에는 어떠한 자산이 남아 있는지. “회사에는 이제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보증금도 거의 소진되어 남아 있다 볼 수 없지요.”
그럼 사장님의 자산 상태는 어떠한지 물었습니다.
“이미 회사가 적자 상태로 들어간 것이 2009년부터 4년이 되었습니다. 그 적자를 무엇으로 매웠겠습니까. 2009년까지는 돈을 벌었기에 아파트도 2채 있었고, 빚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파트도 모두 처분하여 회사로 돈을 넣어 매웠고, 그 사이에 매출을 근거로 신용 대출을 받아 쓴 돈이 수억원 입니다. 더 견딜 방법이 없어서 찾아왔습니다” 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우 회사에 대한 파산 절차는 비용만 들 뿐 실질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설명해 주고, 오히려 회사의 파산절차를 신청함으로써 회사의 채권자들에게 파산절차 개시 통지 등이 전달되어 형사 고소 등의 절차만 여러 건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그러므로 회사의 파산절차는 접어 두고, 노신사 개인의 채무상태를 확인한 다음, 노신사의 개인 파산 절차를 신청하는 방법을 설명하였습니다.
고령의 노신사는 저의 안내에 따라 개인 파산 신청을 하고, 우여 곡절 끝에 6개월 만에 파산 및 면책 결정을 받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이 미지급 급여를 지급해 달라는 근로기준법 위반의 형사고소를 하였고, 일부는 원만히 합의를 하였으나 오랜 기간 일을 하였던 한 직원의 퇴직금을 마련할 길이 없었기에 결국 이 부분은 형사 재판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물품대금을 일부 받지 못한 기업 중 한 곳만이 노신사를 사기로 고소하였기에 그 형사 사건이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이 길게 이어졌고, 조사 과정에 함께 참여하여 노신사의 회사 운영과 계약 관계, 회사를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한 내용, 본인의 재산을 모두 집어 넣고 회사를 유지하려고 한 노력, 회사가 속한 업계 전체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어려워진 객관적 사실 등을 최대한 설명하고, 피해자들에게도 전달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개인에 대한 파산 면책의 결정은 비교적 빠르게 나왔지만 근로기준법위반, 사기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묻는 절차는 느리고 길게 이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채권자와 직원에 의한 횡령, 배임죄 고소도 있었지만 실제 운영과정에서 횡령, 배임을 한 사실이 없음을 소명하여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근기법 위반과 사기에 대한 책임만이
문제되어 형사 법원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회사를 정리해야 할 적절한 시점을 놓치게 되면 채무와 밀린 퇴직금의 규모가
최소 몇 천에서 몇 억을 상회하게 됩니다.
돈을 버는 것이 어렵지만 부채가 쌓이는 것은 순식간 입니다.
보통 5천만원 이상의 피해를 입힌 사기 사건의 경우에는 8월 이상의 실형이 선고되곤 합니다. 그리고 근기법 위반의 사건에 대해서도 그 금액이 천만원 단위를 넘어가면 단기의 실형이 선고되곤 합니다.
회사의 정리와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작한 이래로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형사판결의 순간이 왔고, 그 판결의 순간에 노신사는 제 얼굴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보통 노신사의 경우와 같은 때에는 법정구속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8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실형이 선고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다행히 노신사의 지난 삶과 저의 변론이 재판부에 수용되어 노신사는 형사 재판 선고 후,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선고일 저도 긴장하고 있었기에 재판 선고 이후 노신사의 목소리를 바로 들을 수 있어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처음 상담을 하던 2013년 이른 봄 추위와 파산 면책 결정문을 받아 들고 기뻐하던 2013년의 가을의 때 늦은 더위 그리고 2013년에서 2014년을 걸쳐 몹시 추웠던 겨울 함께 검찰청 조사를 받고 내려오면서 나누었던 대화들
한 달 후 날아든 불기소결정문과 공소장을 받아 들고 다시 오랜 시간 면담을 하였던 올 봄의 기억까지 1년 6개월 18개월의 시간이 아주 짧으면서도 아득하게 느껴졌습니다.
이제 그 노신사 분은 평온한 삶을 살겠지요. 길지는 않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기’라는 범죄에 대해서 사건을 접하고, 처리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쉽게 속이고, 너무나 쉽게 속는 우리들 말만 믿고 투자하고, 투자를 받는 사람의 수준에 비추어 너무나 큰 수익의 제시 이러한 패턴의 사기 사건이 정말 많습니다. 속은 건지, 속고 싶었던 것인지 의아할 때가 많습니다.
사기는 타인의 욕망을 이용하는 범죄, 내가 나의 탐욕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의 말에 쉽게 속아 넘어가는 것은 아닐지. 또는 사람의 말을 확인 없이 너무나 쉽게 믿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 입니다.
앞으로 경제가 더 어려워진다면, 사기 사건 문제는 더 많아지고 이러한 고민은 더 깊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이 사건의 기록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며 제출하였던 수많은 회계자료와 변론서 들을 바라봅니다. 저 수많은 문자와 숫자들 결국 사람을 향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람이 없다면,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잃는다면 제가 하는 일이 모두 무의미한 글자와 말의 나열에 불과하지 않겠습니까. 놓칠 뻔 하였던 그 생각의 끈을 오늘 아침 다시 부여 잡을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의뢰인들의 말을 경청하고, 상담하는 내용을 즐겁게 듣고 분석하고 논의하고 그 분들이 지나온 시간과 공간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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